가상자산거래소, 고객 위탁 자산 부채로 인식…콜드월렛 비중도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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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자산거래소가 고객이 위탁한 가상자산을 부채로 인식하고, 콜드월렛이나 외부기관에 얼마나 맡겼는지도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탈취 사고 발생 시 반환 의무를 강화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회계처리 지침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이 맡긴 토큰에 대해 경제적 통제권에 따라 자산과 부채로 인식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경제적 통제권이란 사업자와 고객 간 사적 계약, 감독 법률과 규정, 위탁자산에 대한 관리·보관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고객의 동의 없이 위탁받은 가상자산을 사용하거나 재위탁할 수 있는 경우, 사업자는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반대로, 사업자가 고객의 동의 없이 위탁받은 가상자산을 사용하거나 재위탁할 수 없는 경우, 사업자는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지침을 마련한 배경으로 해킹이나 전산사고로 인한 탈취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급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회계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근거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2018년부터, 미국은 지난해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거래소의 자산과 부채로 인식토록하는 회계지침을 세웠다.

 

 그간 국내 5대 원화거래소는 재무제표 주석으로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 내역을 자산이나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고객이 위탁한 가상자산과 관련된 추가 정보를 주석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추가 정보에는 고객에게서 위탁받은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해 보관하거나 외부에 보관할 경우 해당 자산의 종류, 수량, 시장가치, 위탁 외부기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사업자가 위탁받은 자산을 콜드월렛이나 커스터디(수탁)업체에 얼마나 맡겼는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된 상태로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하드웨어 형태의 지갑으로, 늘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에 비해 보안성이 높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필수 조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심사 시 핫월렛과 콜드월렛의 보관 비율을 7:3으로 맞추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거래소가 위탁받은 자산을 어디 보관하고 있는지 공시할 의무도 없었을 뿐더러, 거래소에 따라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보관 비중에 대해 밝히지 않는 곳도 있었다. 국내 대형 코인마켓거래소 중 한 곳인 지닥은 가상자산사업자 인증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자산을 핫월렛에 보관하다가 금융당국의 종합검사에서 지적을 받고 난 후에야 콜드월렛 비중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의 해킹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비중을 공시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공시를 고도화하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콜드월렛이 핫월렛보다 보안에 안전한 건 사실이지만 100% 안심할 수는 없다. 온체인 데이터를 추적할 수 없는 만큼, 확실한 내부통제 방안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고객이 위탁한 가상자산을 부채로 인식하면 국내 1·2위 거래소인 두나무와 빗썸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경우 고객이 맡긴 원화 예수금이 자산으로 포함되면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엄격한 감시와 규제를 받았다. 올해는 시장 침체로 자산 규모가 줄어들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전환됐지만,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이 총자산에 포함되면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송원섭 기자 (sws805@cajournal.co.kr)